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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지 | 의료용품 공급 점검 및 대비에 관한 입장문

글쓴이 대한재난의학회 날짜 26-04-03 15:45 조회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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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품 공급 점검 및 대비에 관한 입장문

최근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로 촉발된 전세계적인 석유 공급의 위기는 단순한 에너지 수급 문제를 넘어 의료용 폴리머 및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필수 의료 기재—주사기, 수액백, 카테터, 수술용 장갑 등—의 생산 공정 및 글로벌 공급망에 심대한 교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기관의 진료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재난 자원'의 공급 중단이라는 2차적 연쇄 재난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수요 폭증에 따른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었다면, 현재의 위기는 원자재 공급의 구조적 감소에 따른 장기적 '저속 발생 재난(slow-onset disaster)'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재난의학회는 재난 관리의 핵심 기술인 위험 평가와 자원 관리 원칙에 입각하여 다음과 같은 전문적인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하나. 자원 소모율 분석을 통한 가시적 자원 관리 체계를 가동해야 합니다. 막연한 재고 조사를 넘어, 각 의료기관은 현재 보유 물자가 각 단계별 (평시-비상-위기 단계) 진료 역량 하에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 ‘소모율’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급망 단절 시 진료 기능을 지속할 수 있는 ‘최대 운영 가능 기간’을 데이터 기반으로 산출하는 것이 과학적 재난 대비의 첫걸음입니다.

둘. 각 병원별로 운영 중인 위기대응 매뉴얼 혹은 의료기관별 재난관리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물류 및 물자 관리 대응 프로토콜을 선제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각 의료기관은 병원 위기대응 매뉴얼 내 ‘물류 부문’의 기능을 강화하고, 물자 부족 상황에 대비한 단계별 표준운영절차(standard operating procedure)를 점검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특정 공급원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 뿐만 아니라, 자원 부족 시 임상적 우선순위에 따른 ‘자원 선별지원’ 기준 마련 등 병원 행정과 임상 부문이 결합된 기술적 대응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셋. 보건 당국은 민·관 합동 '공통상황도(common operating picture)' 구축을 주도해야 합니다. 정부는 개별 기관의 모니터링을 넘어, 국가 전체의 의료 물자 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 공유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서 기관 간의 자원 불균형을 방지하고 지역 간 자원 공유가 가능하도록 행정적·기술적 플랫폼을 제공해야 합니다.

본 학회는 이 입장문이 불필요한 시장 혼란을 야기하려는 것이 아닌, 재난의학적 전문 지식에 기반한 질서 있는 ‘회복탄력성의 확보’를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합니다. 개별적인 사재기보다는 기관 차원의 본연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정교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본 위기 관리의 핵심입니다. 또한, 본 학회는 현 시점에서 획일적인 지침을 강요하기보다, 각 의료기관이 처한 위험 노출의 정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 가이드라인을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개발 및 보급할 것입니다.

대한재난의학회는 이번 공급망 위기가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재난 회복 탄력성'을 시험하는 기회임을 인식하고, 보건 당국 및 유관 전문 단체와 긴밀히 협력하여 환자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26년 4월 2일
대한재난의학회